바람에 앉아 나이를 묻다
바람에 앉아 바람의 나이를 묻다
바람은 소리없이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을뿐
까막머리 소년은 갔고 반곱슬머리 아빠는 사라졌고
이젠 반백의 흰깃발 가끔은 펄럭이며 세월을 세여보라 말한다
바람은 많은 걸 데려가 버렸다 스모그하늘 저혈압 뇌에 공급될
에너지를,최상의 컨디션으로 빛나던시절을,그리고 돌아올 구름의
나이와 스치는 별빛의 신비를 모두 거둬버렸다
바람에 앉아 돌아본다 토끼털지구의 끝머리에서 세상을 내다보던 내 영혼을,
맨발의 강물에 물고기와 바다의 돌고래의 서식지를,피여오르던 수선화 백사장의
그 고적한 사랑의 그늘을 텅빈 하늘아래 홀로 서있다
바람에 앉아 바람의 나이를 묻다
그사이 목숨의 손을 놓아두고 우리는 빛에만 기울려 어둠을 지웠다
빛의 둥지 어둠을 저 찬란한 태초의 모태를 잃었다 바람은 빨리 가슴으로 내려서라 말한다
세상의 모든것 있게하고 가게하는 바람속에 앉아있다 흐르는 구름과 별과 강물과 숲에서
나는 바람의 손을 잡았다 오는 바람에 앉아 바람의 나이를 묻다 불타는 바람이 나에게 되려 지구의 나이를 묻는다.
2017.01.12
진달래 밥
저 연분홍빛깔은 울엄마 붉게 익어 터진 사랑이다
농익어 아린색도 너그럽게 품은 노을빛 강물 되여
울먹이는 눈빛을 부시며 가슴안에 쏟아져 들어온다
둥글게 함뿍 담아올린 정성이 산울림으로 메아리친다
황소의 영각소리에 저녁놀 산굽이를 에돌아나가고
밥연기 붉은 메아리 청청한 수림으로 잠겨들었다
헐망한 마음의 집에 영혼의 밥상으로 들어온다
내 엄마 내 형제 아버지 강물을 넘어 솟아오른
가슴빛 사랑으로 하늘속에 침몰된 진달래밥향기
2016.12.14.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