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연변문학상수상작
구색아리랑
김영건
백년부락
백년을 보습으로 쓰고
천년을 청색기와에 새긴 조상
구름 석까래 얼기설기
응어리를 재워 넣고 백년
순금의 언약 지켜
깊은 수심 우물 박아 아리랑
대들보에 매달린 맛
황금 메주덩어리 줄레줄레
구성진 퉁소의 알알이
구멍마다 두만강 휘파람
백년을 대쪽같이 푸른 절개
천년을 떠올린 팔칸집
오손도순 모여 앉은
한마당 우리 얼 백년부락
장독대
둥글둥글 토그릇
청색바탕 몸통 불리고
동그란 모자 쓰고
꽁꽁 눌러 앉았네
대대손손 내린
토기그릇 장인 솜씨
구석 한마당 둘러 앉았네
삭이고 익힌
다져넣은 겨레의 맛
바람과 어울려
발효된 역사
햇살로 익은 장독대
오종종 세월이고
앉아 푸른 백년
일어서서 푸른 천년
석마돌과 초가집
돌리는 석마돌에 빙글빙글
두만강 뱃머리가 흘러갔다
수림의 청송백송 웨치며 쓰러졌다
대들보에 청제비 둥지
이민사의 눈물자국 열려있다
나귀가 도는 땡볕에
깨지는 옥수수 가난한 밥상우에
할머니 눈물 보인다
마루에 할아버지 대통 두드린다
사립문 한지 추위를 막고
토벽이 세월 다스리고
석마돌 빙빙 굶주린 역사 뭉개고
방아집 새각시 푸른 눈물
석마돌 초가집에 곱게 실려있다
빙빙 돌아가는 성마돌
삭아가는 초가집 누런이영
한민족 눈물의 풍경
방문객 깊은 향수로 하늘은 푸르다
돌방아 풍경
쿵덕쿵 쿵덕 돌담 안고 돌면
색바랜 돌방아
옛말처럼 내리고
쿵덕쿵 쿵덕 수십년 세월
하얀 할미 고운 숨결 묻어나온다
시퍼런 대팻날에
밀려나간 몸통 삭힌 푸른 뼈
쿵쿵 쿵덕
한 응어리 풀어내는
돌방아 쿵쿵 돌담 안고 돌면
옛말처럼 묻어나는
조상들 새파란 숨결 들려온다
늦가을 농가 풍경
높은 하늘 푸른 물결이 저 멀리 파도쳐간다
농가 한마당-
누런 조이삭은 길다란 몸통 늘어뜨리고
외채머리 마늘다래 곁눈질에
빨간 고추다래 연지곤지
가슴 헤친 가을호박
한마당 가을을 풀어놓다
사립문가에 할아버지 하얀 수염발
돌담길 흘러오는
고운 색시
종종 하얀 버선발
벽에 걸린 낫과 호미
긴긴 겨울나기 차비로 분주하였다
가난한 행복
피나무함지 노란 저고리 흰머리수건 하얀 버선
베옷에 검정치마 분홍저고리에 청색치마
붉은 댕기 외채머리 꽁꽁 동이고
귀밑머리 하얀 어머니와
보송보송 이팔청춘 소녀
사르르 섬섬옥수 똑 또르르
새하얀 이가 방긋 무궁화 꽃이 핀다
사르르 똑 또르르 쌓여지는 작은 사랑
식장에 올라앉은 수박도 시원 탁탁 가슴 열고
까만 옛말 송알송알
노란 구름 까래
똑 또르르 노랗게 익어 쌓이는 행복의 소리
똑 또르르 똑 또르르
피나무골 가을밤은 깊어만 갔다.
흑백가족사진
봉선화 하얀 순정 피워낸 세월
색동저고리 외채머리 삼베옷
자주고름 흰 코신 하얀 버선발
오리지널 순수한 흑백사진
씽씽 할아버지 걸음도 훨훨
팔팔 아버지 미소도 싱글벙글
고운 색시 검정 치마도 둥둥
일색의 순박 숨 배인 가족사진
초가집 사립문 붉은 고추다래
부뚜막 아궁이 장작불 활활
통나무 굴뚝 저녁밥 뭉게구름
따뜻한 정으로 한구들 메웠던
마음에 사금다래 흑백가족사진
2012.04.24
2013년 연변문학 11기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