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동상제막식에서 학생들이 그의 시를 랑송하고 있다.
룡정중학에 핀 '동주의 혼,그 꽃'
도경
아시다싶이, 현 룡정1중의 전신은 1946년도 은진중학교 등 6개학교가 련합하여 세운 룡정중학입니다.
룡정1중은 현재 연변에서 최초로 세운 윤동주시비가 있을뿐더러 윤동주교실,력사전람관에는 윤동주코너가 있으며, 2014년11월에는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심의 힘, '오직 위하고' 자 하는 간절한 소망으로 이루어낸 쾌거로 '윤동주동상'까지 세운 그야말로 윤동주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후대들을 교육하며 우리민족의 보귀한 문학적,정신적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박철교장님을 비롯한 현 학교지도부는 그젠날 선배들이 닦은 기초위에 항상 '무얼 남길것인가'를 숙고하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연변윤동주연구회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더욱 매진할것을 다짐합니다.
2014년11월28일,초청을 받고 우리는 윤동주동상제막식에 참가하는 영광을 안게 되였습니다.
학생들의 시랑송을 들으며 제막식내내 들뜬 기분을 좀처럼 억제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머리속에서는 '드디어..'라는 단어만 떠올라 한동안 멍해 있다가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그리고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그의 주옥같은 시들은 학생들의 랑랑한 읊소리에 활자가 된것 마냥 우리들의 마음속까지 하나둘 깊게 박혔으며, 하늘가로 높이높이 울려퍼져 사방을 진동케 하는듯 하였습니다.
이제 그의 魂은 脈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魂花(꽃)이 되여 세계 방방곡곡에 활짝 피여 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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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막식이 끝나 학교측관계자들과 일일이 작별인사를 하고 나오려다가 전람괌쪽으로 도란도란 글을 읽는 소리가 들여왔다.
호기심은 참을수 없는 법,자연스레 발걸음은 전람관쪽으로 향하였고 가만히 귀 기울려 보니 '윤동주교실'에서 나는 것이였다.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윤동주생가 및 중국조선족 근대 교육의 발상지 룡정지신진명동에는 명동학교가 새로 복원되였지만 명동학교로서 남아있을뿐 '윤동주교실'은 이곳이 지금까지는 유일하다.
'윤동주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깐 주위를 둘러보고는 걸상에 앉아 묵상했다. 나는 명동학교에 있는 교실 걸상에도,한국연세대학윤동주전람관에 있는 걸상에도, 가기만 하면 앉아 보는 버릇이 있다.
찬란한 햇살이 창문살을 뚫고 교실안으로 따뜻하게 비춰주고 있었을 뿐이였다.빛은 교실안을 가득 채웠다.모든것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갑자기 빛속으로 '동주의 魂'이 나오더니 말을 건네기 시작하였다.
먼저 반갑다면서 손을 내미는 것이였다.
멍하니..
우뚝하니..
그러다 나는 겨우 "부끄러움의 손"을 내밀었다.
흔들어댔다.
얼떨결에 나도..
그는 나보고 "ㄱ.ㄴ.ㄷ.ㄹ..."를 아는가고 하였다.안다고 하였더니 이번엔 "뿌리","얼","넋","아름다움","사랑","영원","평화","별"에 대하여 가르켜 주기 시작하였다. 하나라도 빠질세라 부랴부랴 목책을 꺼내서 적느라 진땀을 흘렸다. 어떤 말은 심오하고 난해하여 도저히 적을수가 없었다.안타까움에 발만 동동 굴렀다.
이번에 나의 손을 잡고 운동장에 나가자고 하는 것이였다.
"운동장엔 왜서요?"하였더니 축구를 하자고 하였다.
"축구를 잘하는가 보죠?"라고 물었더니 "좀..하지요"라고 하는 것이였다.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다시 교실로 들어왔더니 따진 운동복을 재봉틀에다 놓고 재봉기를 돌리는 것이였다."아니 ,사내가 이런 일도 하시다니요..?"하였더니 "씨익 웃으면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였다."
함께 갔던 일행이 부르는 소리에 그만 놀라 깨여났다.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니 교실안은 그대로였다. 아쉬움과 반가움이 교차가 되여 혼돈 그 자체였다.
'부르면 반드시 온다"는 긍정의 말이 있다.그것도 간절히 부르면 무형의 '魂'은 살아 나타나 유형의 '魂體'가 되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는 내가 가야할 길이기에 항상 불렀던것 같다.
1983년,나는 고향 조양천에서 룡정1중에 와서 대학입학시험을 보았다.
그렇게 연변대학일본어학과에 다니게 되였고 한 일본인 오오무라마스오선생의 제자가 되였다.
어쩌면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다음 그렇게...", "어쩌면 굴곡도 많았고 어쩌면...그렇게 인생을 살다가 지금의 '나'로 거듭나게 되였다.
몇십년동안 어쩌면 광야에서 헤매다 다시 돌아와 이곳에 온지도 모른다.
'그를 만남에...','너무나도 생생한 나머지..'이렇게 몇글자 적어본다.
다만, '영광이 있을..','그로 인하여 자랑스러워할 룡정1중'에는 진심으로 되는 감사의 헌화를 드린다.
2015년3월3일
윤동주동상제막식에서..박철교장
제막식에 참가한 연변윤동주연구회 허응복회장(우),김기호부회장(좌)
2014년11월에 세워진 윤동주동상
윤동주교실
윤동주교실